아시아의 한가운데를 의미하는 중앙아시아는 원래 서쪽 카스피해부터 동쪽으로는 중국, 북쪽은 러시아, 남쪽은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앙아시아는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한 10개 국가들의 연합체(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를 표현하는 단어로 많이 쓴다. 그 중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우즈벡) 등의 국가를 뜻하는 게 일반적이다.
CIS 국가들 가운데 자동차산업을 견인하는 곳은 우즈벡이다. 지난 1994년 당시 대우자동차가 CIS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우즈벡 정부와 함께 공장을 지은 덕분이다. 이후 지분을 그대로 인수한 GM이 올해 해외사업 정리 차원에서 보유 지분을 우즈벡 정부에 넘기며 100% 우즈벡 국영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생산차종은 대부분 한국에서 반조립(CKD) 형태로 가져오고 있다.
우즈벡 정부가 보유한 자동차회사는 3개 부문이 있다.
첫째는 승용차를 생산하는 ‘GM우즈베키스탄’이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우즈벡으로 수출한 CKD 물량만 15만 대에 달할 정도로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 회사에서 다마스, 라세티, 마티즈, 스파크, 아베오 등을 생산한다. 소형차 아베오는 단연 인기제품이다. 즉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차는 그야말로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GM 우즈벡 공장에서 생산한 차종을 인근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으로 수출하고 있어서다.
둘째는 상용차사업으로 만(MAN)과 메르세데스 벤츠가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상용차공장이 있는 곳은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벡이 유일해 인근 국가 수출을 통해 물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현대자동차도 상용차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자동차부품이다. 자동차 엔진을 직접 조립하는 이유로 주요 관련 기업의 진출이 적지 않다. 게다가 생산차종 대부분을 한국에서 개발했다는 점에서 우즈벡의 주요 자동차부품 수입국은 단연 한국이다. 그러나 부품 국산화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며, 현지 부품 합작사를 키워 나가는 중이다. 우즈벡 정부가 자금을 투자, 기술 개발을 촉진하면 이를 기반으로 합작사가 생겨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독립적인 현지 기업이 태어나는 방식이다.
우즈벡 정부는 독자적인 자동차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기 위해 자동차 전문인력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9년 대통령령에 의해 타슈켄트에 엔지니어링, 디자인, 산업기술 등의 교육을 위한 전문학교를 만든 이유다. 결국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셈이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이 없지만 카자흐스탄을 적극 공략중이다. 2016년 CIS 5개 국에 수출한 승용차는 3,731대에 머물지만 지난해는 4,027대로 7.9% 증가했다. 이 가운데 90% 정도를 카자흐스탄으로 보냈다. 상용차도 2017년 기준 611대 수출에 머물렀지만 성장률만 보면 100% 이상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5개 국 인구는 우즈벡(3,170만 명)과 카자흐스탄(1,790만 명)이 가장 많다. 키르기스탄(613만 명), 타지키스탄(873만 명), 투르크메니스탄(566만 명) 등은 아직 시장이 작은 데다 소득도 높지 않아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더디다. 반면 상용차 현지 합작공장을 검토할 만큼 잠재력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앙아시아는 자동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흥시장으로서 관심을 받고 있다”며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 판매규모는 10만 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성장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만난 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 채병수 부관장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CIS 내 국가 사이에는 수출관세 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다”며 “우즈벡 정부도 현지 생산차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자동차회사의 진출을 원하고 있고 현대차의 상용차 진출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앙아시아가 새삼 주목받는 배경은 지리적 강점이 가진 잠재적 성장 가능성 덕분이다. 남쪽으로 중동에 가깝고, 중국과 러시아와도 인접해 있다. 현지에서 만난 교민은 “과거 러시아의 영향을 받을 때와 달리 지금은 다양한 자동차기업이 진출, 시장을 키워 가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에 있어 뒤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종의 경쟁시너지가 나오는 중”이라고 말한다. 이런 점을 잘 아는 듯 지난 2014년 카자흐스탄에 CKD 합작사를 설립하려다 중단한 쌍용자동차는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하며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무궁무진한 시장잠재력은 잘 알고 있다”며 “재진출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라고 밝혔다.
타슈켄트=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